카테고리 없음2016. 11. 30. 15:35

 

(감각: 감촉되어 깨닫다)

 

  3개월 후 보약 먹는다고, 좋아하던 술을 한약 먹는 동안 먹을 수 없다고 매일 술을 마시는 친구가 있었다.  소화가 잘 안되는 것다고만 얘기하다가 위내시경하고 초음파를 했는데, 내과에서 위궤양, 알코올성 간질환,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내가 그 친구에게

 

"무식한 놈아~. 몸이 머라고 얘기 안하던?"

 

이라고 하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히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그의 몸은 아침에 가슴 쓰림, 소화불량, 피곤함, 마른 기침 같은 증상을 호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을 먹고자 하는 욕구로 그 모든 감각을 무시해 버려 이 지경에 다다른 거다.

 

몸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에 많다. 물론 식욕에 너무 충실한 사람들은 적지만;;  직장에서 목과 팔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참고'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분도 많고, 게임을 너무 하고 싶어서 4-5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서만 주말을 보낸다...이 뿐만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남산을 정복하기 위해 무릎이 아프다고 얘기하는데도 무시한다. 눈이 침침한데 웹툰이 재밌어서 계속 스마트폰을 본다. 몸이 어떻게 될까? 우린 왜 이런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있을까.

 

 "인내심을 길러야 성공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감각을 무시해야만 성공한다고 주입받는다. 현대인이라면 무의식중에 깔려 있는 고정관념이다. 사실 인내심이 없으면 남들이 힘들어하는 일을 해내기가 어렵긴 하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큰 병 오기전에 작은 병을 예방하자' 주의인 내 관점에서는 그만큼 무서운 말이 없다. 척추 디스크, 어깨 근육 파열, 고혈압, 당뇨, 췌장염, 간질환, 위궤양...현대인의 병들을 사전 예방하려면 건강검진도 교육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자기 몸이 힘들다는 것을 먼저 자각하고 그 자극(스트레스)를 피한다면 그것 만큼 자기에게 도움되는 방법이 있을까. 의사로서도 '감각'을 일깨우는 법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Posted by JsPark21
의료2016. 1. 20. 13:13

 

 

 

 "소화가 잘 안되요"

 

  박모씨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크게 직장 스트레스도 없으나, 최근 부인이 첫째아이를 출산한 이후 아기를 돌보느라 수면의 질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전에도 간혹 속쓰림 및 과식 시 포만감은 있었으나, 최근 와서 빈도가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로 잦아졌다고 한다. 증상 있을 때마다 약국에서 약타서만 조절했다고 하며, 병원을 평소에 잘 가지 않는 편이란다...힘들걸음을 하셨으므로 그만큼 증상이 심해진 상황이일 것이다. 속쓰림이 있다...우선 기질적인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기능성 문제인지를 감별해야 한다.

 

"이전에 내시경 받은 적 있으세요?"

 

"아니요...한번도 없습니다ㅜㅜ"

 

 

나이를 고려한다면 내시경을 한번도 안받아봤다는게 수긍이 간다. 소화성 궤양, 식도염 등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지 아닌지를 알면 좋았겠으나...아마 나이도 젊고, 다른 증상도 없으므로 눈에 보이는 특별한 병변이 없는 '기능성'일 가능성이 높다.

 

"식전에 속이 아프세요". "입이 잘 마르시는 편이신가요?", "신물이 간혹 입으로 올라오나요?"

 

위식도역류염 인가? 라고 생각하며 물었다...아니라고 했다.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기능성 질환은 위치에 따라, 가슴쪽이라면 위식도 역류염, 명치 및 바로 아래 윗배라면 기능성 소화불량증, 그 아래라면 과민성 장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도 없다...식전 보다는 식후에 더 증상이 생기는 편이며...식후 포만감과 속쓰림이 있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일 가능성이 높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증상에 따라 크게 식후 스트레스 증후군, 상복부 통증 증후군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환자의 경우 식후 포만감과 함께 속쓰림이 동반되므로, 두가지 증후군이 혼재 되어있는 양상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식도 역류염 역시 같이 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위산을 억제하는 약과 위장운동 촉진제를 처방 하고, 증상이 없을 경우 3개월 정도 지켜보기로 이야기 하였다. 위장운동 촉진제를 쓰는 이유는, 이 질환을 위의 운동성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있을 경우 처방한다.

 

"선생님, 혹시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좋은 음식은 없을까요?"

 

"특별히 좋은 음식은 딱히 없습니다. 종류보다는 양이 더 중요합니다. 과식하지 말고 조금씩 드세요"

 

안타깝게도 이 질환의 치료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완치되는 경우가 50% 밖에 되지 않고, 15-20%의 경우 지속되는 증상 호소하며, 30-35% 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거나 다른 병으로 진단된다. 그래서 의학적인 접근보다는 다른 쪽으로 본인의 증상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특별히 좋다는 음식은 딱히 없다고 보면 된다. 조금 연구된 것들이 있긴 하지만 근거가 충분치 않다.

 

Posted by JsPark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