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뽀개기2014. 12. 24. 11:12





 우리 아버지는 감정 표현에 서투신 분이다. 한겨울 어느 날 책 한 권을 내게 던지듯이 주셨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의사가 쓴 모양이다. 정형외과 여선생님이 쓰셨다. 제목도 빨개서 되게 자극적이다. 사실 난 이런 디자인의 책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있는 것처럼 어필하지만 실제 까보면 빚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버지가 추천해 주셨는데,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침대 위에 놓고 시간 날 때 마다 읽었다...


 두껍지 않고 밀도도 낮은 편이라 읽기는 쉬웠다. 의외로 전체적인 구성이 탄탄한 편이라 놀랐다. 지은이는 '0차의료'라고 부르는 개념을 중시한다. 병원에 오기 전에 환자가 알아서 자기 병을 치료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병원에 의존하며- 자가치유의 능력을 길러서 병의원에 의존하는 성향을 줄이자가 요지이다. 그러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들을 제시하는데, 아쉽게도 뒤로 갈 수록 용두사미인 것이 안타까웠다. 또한 재미있는 일상생활의 예를 들어 주장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방법은 좋지만- 이를 일반화 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좀더 찾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장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수필적이다.' 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감성적인 문체는 맘에 들었던 부분이다. 의료라는 차가운 분야를 따뜻하게 독자들에게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저자
김현정 지음
출판사
느리게읽기 | 2012-11-17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아프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병원에 가면 무조건 수술부터 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0차의료는 나도 계속 생각했던 개념이고 주요 관심분야이기도 하다. 0차의료는 지은이는 환자 스스로의 치유의 힘을 기르자고 한다. 내 생각엔 일차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는 0차의료를 북돋우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의료환경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환자를 봐야 병의원이 유지되는 구조에서 0차의료를 하기 위한 진료를 하기는 어렵다. 교육도 해야 되는데, 일대일 진료환경은 너무나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개인의원을 직접 운영한다면, 한국의 진료환경에서 가능한한 최대로 0차의료에 신경쓰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것이다.


아버지가 이 책을 내게 준 이유는 뭘까? 아마도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는 것 같아 보였나보다^^


Posted by JsPark21
의료2013. 12. 28. 12:41

최근 지인 어머님께서 극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뇌혈관이 늘어나는 뇌동맥류(intracranial aneurysm)으로 이를 치료하는 수술을 받으셨다..상당히 큰 시술이라 병원에도 오랫동안 누워있으셔야 했는데- 상태가 걱정된 지인이 내게 전화가 왔다.


'형, 어머니가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다른 것도 기억을 잘 못해요'


사실 전문의도 아닌 내게 질문수준이 너무 난감했지만, 최대한 도움이 되기 위해 일단 안심시키고 자료를 열심히 뒤적였다...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일반의의 상식을 뛰어넘는 지식을 요구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늘어나서 주머니처럼 된 것을 가리킨다.  이를 놔두면 두통, 간질,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들이 생길 수 있고 이게 터져서 출혈이 생기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올 확률도 상당히 높은 위험한 질환이다. - 1%에선 사망한다. -  아래는 뇌동맥류의 수술법인 clipping이다.)






(시술법인 coiling이다.  사진 처럼 사지의 혈관으로 가느다란 줄을 죽죽 밀어넣어 뇌동맥류까지 간 다음, 줄들을 겹쳐 코일처럼 만들고 그 부분 피를 굳혀 버린다)


현재까지 뇌동맥류의 치료는 수술과 시술 두가지가 있다.  수술은 두개골을 열어 클립으로 뇌동맥류를 찝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증명된지 오래되었으나 두개골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 및 가족들에게 거부감이 크다.  시술은 최근에 나온 치료법으로, 효과가 증명되고 있으며 특정 상황에는 수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낫다는 연구결과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수술보다 더 낫다고 하기엔 증거가 모자라다.  특히 단점으로 다시 뇌동맥류가 생기거나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수술보다 더 잘 생긴다는 것이 꼽힌다.  이 논의들은 전문의들도 논문 리뷰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아직 효과도 다 연구가 되지 않았는데ㅠ 시술 후 부작용에 관한 내용들이 과연 확실하게 찾아질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열심히 논문들을 뒤적였다. 아래가 나의 결론이다.


수술과 시술 중 무엇이 더 부작용이 큰가?


수술이 더 크다.  특히 환자의 기능적인 상태(움직임, 기억, 신경통 여부 등)에서 시술이 수술을 앞지른다.

하지만 사망률은 둘 사이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또한 6개월 이후의 기능적인 상태를 비교한 결과 수술과 시술이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_-결국 시술/수술 후 6개월 내에서만 시술이 수술을 앞지른다는 거다)


http://www.medscape.com/viewarticle/776914_4 (2013)




뇌동맥류 시술(intervention) 후의 부작용들


주요 부작용은 뇌기능의 감소이다.  시술받은 환자 중 8%에서 일어났다.

나머지 부작용은 15%에서 일어났다. 시술 후 뇌동맥류 파열이 6%, 두개골 신경병증이 11%에서 일어났다.(여러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을 다 세다 보니...주요 부작용보다 두개골 신경병증이 많이 나온 거라고 이해했다)

(67명에 관한 연구)

http://www.nice.org.uk/nicemedia/live/11158/31330/31330.pdf (2005)



장기적으로 뇌동맥류를 폐쇄하는 확률이 79%이다(나머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뇌동맥류를 확실히 잡지 못했다는 것)


수술주기 중풍(perioperative stroke: 증상이 있어 병원에 온 이후부터 수술 중, 수술받은 후 퇴원하기까지의 기간에 온 중풍)은 모든 환자중 4%에서 일어났다.


시술 중 뇌동맥류가 터질 확률은 1%이다.(매우낮다)

--------여기까진 터진 뇌동맥류 환자도 포함한 결과이다.


1년 후 좋은 임상적인 결과(good clinical outcome)가 나올 확률은 93%이다.

--------이건 안터진 뇌동맥류 환자만 해당되는 얘기이다.

(상기 연구는 터졌거나 안터진 뇌동맥류 환자군 전체를 묶어서 연구한 결과이다.  또한 65세 이상의 환자만을 연구햇다.  따라서 지금 케이스에 딱 들어맞진 않지만 1500여명의 많은 환자군을 연구하였고 연구방법도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가져왔다...그만큼 확실한 연구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http://stroke.ahajournals.org/content/early/2013/05/16/STROKEAHA.113.001524.short (2013.3)



  내가 그에게 해줄말이라고는 고작 아직 실망하기는 매우 이르며, 6개월 ~ 1년이상을 기다려야 확실히 할 수 있고 많은 경우 환자들의 상태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좋아지리라는 것이다.  93%에서 1년 후 좋은 결과가 나오고(할머니, 할아버지들 얘기지만...젊으니까 더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추론할 수는 있다) 또한 수술보다 시술을 선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최소한 머리를 여는 것까지 감수할 정도로 수술이 좋은 건 아니니까.)  수술후 큰 합병증이 없는 것만도 다행이다...하지만 약 20% 에서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정도 얘기해 줄 수 있었다.  이걸로 충분할리는 없을 것이다...많이 발병하는 질환도 아닌데 젊은 나이에 벌써 큰 시술을 겪은 그의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그에게 1년간은 특히 어머님 잘 모셔야한다고 당부했다.  어머님의 일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필자도 어머니의 건강이 안좋아지셨던 적이 몇번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의 엄마가 어서 쾌차해서 건강해지시길 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환자의 가족분들께도, 힘든 시기를 겪어나갈 사랑하는 사람이 어서 건강해지시길 바란다.



Posted by JsPark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