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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2 기억을 못하는 그녀에게...무슨일이 생긴걸까?
의료2016. 3. 22. 22:27




42세 남모씨, 딸 하나 둔 가정주부이다. 평상시 특별한 병 없이 지내던 중, 자꾸 딸에게 '내가 왜 TV를 보고 있지?', '내가 왜 앉아있지?' 라고 수십차례 반복하여 물어보는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기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수분 밖에 되지 않아 생긴 증상이다. 마치 고장난 기계처럼...남편과 딸은 너무 놀란 나머지 울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태연하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요?'

'아니요, 이번이 처음이에요...'


'환자분, 어제 저녁에 먹은 거 기억나요?'

'아뇨...'


'오늘이 몇년 몇월 몇일이죠?'

'2016년...까지는 기억나는데 나머지는 잘 기억 안나요'


응급실은 응급한 질환을 위주로 가능성 있는 질환을 하나씩 지워나가야 된다. 흔하고 가장 응급한 질환이 '뇌졸증'이다. 하지만 뇌졸증을 시사하는 느껴 보지 못한 강도의 두통, 감각이상, 한쪽으로 힘빠지는 운동계 이상, 말이 어눌함 등의 증상은 없다.


패닉에 빠진 가족들을 뒤로 하고, 검사들을 진행했다...뇌 신체검사에서는 정상이었다. 오로지 '기억'이 잘 되지 않는 증상만 있다.


기억을 잘 못하지 않는 증상(기억상실)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향성 기억상실, 뇌의 병변이 발생한 이후의 일을 기억 못하고, 그 이전의 일은 정확하게 기억하는 증상과- 후향성 기억상실, 뇌의 병변이 발생한 시기 이전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환자의 경우 증상 발현 이후 자기가 뭘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가족원에게 자기가 뭘했는지를 물어보고 있다. 따라서 전향성 기억상실에 해당한다.  거기에 올해가 몇월인지를 기억하지 못하므로 짧은 기간의 후향성 기억상실 역시 보이고 있다.  마치 술취한 사람이 한얘기 하듯 또 하는 것처럼.


다친 적도 없고, 이전에 이런 적이 단한번도 없고, 뇌 CT상은 정상이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의 경우 코사코프 증후군이라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기관인 해마가 서서히 데미지를 입어서 기억이 잘 되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있으나- 환자의 경우는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얌전한 주부란 말이다! 그렇다면 흔하지 않은 질환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TGA"(Transient Global Amnesia_일과성 전체건망증) 

수시간 이내의 전향성 기억상실 증상을 보이며, 기억 상실 말고는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전혀 없다. 오로지 이것만 보이는 경우 진단 내릴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5-10분 미만)을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인 질환이다. 그래서 자꾸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MRI, CT를 찍는 이유는 이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이 있나 보기 위해서지, TGA 에 특징적인 영상의학적인 소견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정상에서 다양한 소견이 혼재한다고 한다.


 보통 일생에 한번 정도만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여러번 오기도 한다. 신경과 의사가 진찰하고, 안심시키고 집으로 보내드렸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신경과 외래 약속 잡고....얼마나 놀랐을까. 멀쩡하던 분이 갑자기 메멘토 주인공이 되어버렸으니...다행히 후유증이 남지 않는 다고 알려져 있다.

Posted by JsPark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