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손이 자꾸 떨려요. 제가 건강상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50세 여성 이모씨. 아담한 키에 멋쟁이 모자를 하고 중년 여성이 들어왔다. 작년 부터 자꾸 손이 떨린다고 하여 내원하였다.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것 같다고 한다. 약간 피곤해 보였다.
"가족 중에 이렇게 떨림 증상 있던 분이 있나요?"
"저희 아버지가 손이 자꾸 떨렸었어요"
"최근에 잠은 잘 주무셨어요? 스트레스는 없었나요?"
"남편이 최근에 실직해서...그거하고 관련된 문제로 스트레스가 좀 있었어요...잠도 평상시보다는 잘 못잤죠ㅜㅜ"
"혹시 손 떨리기 전에 약을 새로 드시거나 한 건 없으신가요?"
"작년에 갑상선암 있다고 해서 갑상선 수술 받았는데요...그 이후로 갑상선 약 먹고 있어요"
두손을 깍지 낀 상태로 책상위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떨림이 조금 느껴졌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으게 했다.
떨림이 심하지 않았다.
떨림은 자세 및 행동에 따라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특정 유형의 경우 특정 질병에 특징적이다.(특!특!특!) 예를 들면, 내가 위에서 해보게 했던 것은 안정 떨림(Resting tremor)를 보는 신체적 진찰에 해당한다. 여기서 떨림이 심해진다면 파킨슨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심하지 않았다...
"손을 앞으로 나란히 해보세요"
앞으로 나란히 한 손에서는 아까보다 심하게 떨림이 느껴졌다. '양쪽 다' 떨림이 심하다는 사실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이는 체위성 떨림을 보기 위한 것으로, 본태성 떨림, 생리적 떨림, 약물에 의한 떨림, 소뇌성 떨림 등을 의심 할 수 있다. 특정 질환을 의심하기 보다는 안정떨림과 함께 검사하여 파킨슨 증후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잇는 검사이다. 파킨슨은 특히 초반에는 한쪽에만 오기 때문에.
"환자분 손가락을 제 손가락에 댔다가, 코에 댔다가 해보세요"
움직일 때 떨림이 증가했으나, 내 손가락 끝이나 코에 대면서 심해지는 건 아니었다.
이는 소뇌 이상을 보기위한 신경학적 검사의 하나로, 손가락으로 오면서 떨림이 심해진다면 의도성 떨림에 해당되며 소뇌쪽 암, 소뇌 뇌경색 등 소뇌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소!소!소!) 하지만 떨림이 움직일 때 심해지긴 하나 시작 부터 끝까지 심하다면 이는 운동성 떨림으로 분류해야 한다. 소뇌성 질환도 시사하지만 본태성, 약물 등도 의심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임상적 증거(클루)로는
갑상선 질환 병력 + 갑상선 호르몬제 -> 약물 유발성 떨림
아버지가 떨림이 있었다 -> 본태성 떨림
스트레스가 있었다 -> 생리적 떨림
증상 및 신체검진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임상적 클루는
파킨슨병 보다는 약물유발성, 본태성, 생리적, 소뇌성 떨림을 시사한다.
아마도 이 환자분은 약물성 떨림이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으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최근 스트레스에 의해서 생리적 떨림이 겹쳐서 심해졌을 것이다...혹은 본태성 떨림이라는 질환이 지금와서 발병되고 있을 수도 있다. 딱 하나 소뇌성 떨림이 걸리는데, 뇌종양 초기 증상 혹은 뇌졸증을 감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떨림 말고는 신경학적 증상 및 신체검진상 특이점이 없었다...
"증상 심해진 지 얼마나 되셨나요?"
"2주 정도 됬어요..."
*Red flag sign*
수분- 수시간 내 갑작스런 발생, 특히 편측성, 빠른 악화경과(수일 - 수주), 50세 이전에 시작, 신경학적 이상 동반 |
위와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뇌병변에 의해서 떨림이 발생했을 수 있으므로 영상의학적 검사 등을 위해 큰 병원에 가 보는 것이 맞다. 2주 정도 안에 심해진 증상 호소하므로, 혹시 모르는 뇌경색, 뇌암 가능성 때문에 큰 병원에 가시라고 보내드렸다. 반대로 말하면 위에 해당 되지 않은 경우는 베타차단제 등 1차의료 기관에서 약물치료를 해도 충분히 조절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