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진료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나 가족들까지 입술 근처에 물집이 생겨있는 걸 자주 본다.
여름엔 박테리아의 계절이라면, 겨울은 바이러스의 계절이라 했던가.. 겨울로 넘어가는 쌀쌀한 이시기에는 일교차가 크다. 큰 일교차변화는 사람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진료현장에서는 특히 감기 환자를 많이 보게 되며...바이러스들이 창궐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기후변화인 것 같다.
입술 근처 혹은 입술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고, 빨개지는 것도 알 사람들은 다 안다. 입술 헤르페스(헤르페스 구순염)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헤르페스 구순염은 외부에서 새로 감염된다기 보다는, 신경에 기생하는 특이한 생활습관을 가진 헤르페스 바이러스 타입 1이라는 놈이 평상시에는 자기 사는 곳에 숨어 있다가 일교차가 커지거나, 잠을 잘 못자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증식하면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은 주로 입술 근처, 특히 입술과 얼굴 피부와 경계면과 입안에 하얀 궤양을 만든다. 헤르페스 감염이 입술 근처에 하면 헤르페스 구순염이 되는 거고, 입안에 생기면 헤르페스성 구내염이 된다.
사진을 보자. 입술과 피부 경계면에 빨갛게 솟아올라와 있는 병변이 있다. 그 병변 안에서 여러 곳에 투명해 보이는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다. '물집'이다. 헤르페스 구순염은 이렇게 한곳에 물집이 생기지 않고 여러 곳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내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위 사진에서는 헤르페스 구순염 뿐 아니라, 구내염도 같이 보인다. 하얗게 파인 곳 보다는 빨갛게 된곳, 딱지가 생긴 곳이 더 잘 보인다. 이렇듯 구내염도 입 안 여러 곳에 나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참고 지내는 법(?), 바르는 법, 먹는 법이 있다. 참고 지내도 사실 큰 문제는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먹거나 바르면 1-2일 정도 고생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피부병변도 2-3일 정도 빨리 없어진다. 1년에 3번 이상 발생하는 경우,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에도 잘 낫지 않는 경우는 다른 치료를 시도하는 게 좋다. 콜킨이라는 면역조절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를 먹거나, 영양성분 중 특히 비타민 B12를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도 접근해 볼 수 있다. 헤르페스 구순염이 걸린 것은 내가 무리를 하고 있다는 뜻이며 '휴식이 필요한 시기'라는 신호라고 받아들이자. 정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약의 도움을 받으면 좋지만 사실 휴식이 '약'인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