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하면 철도요금이 몇배로 오른다.'
'의료민영화하면 의료비가 폭등해서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는다.'
물론 민영화의 문제점들이 많겠으나, 저 선정적 구호가 필자는 맘에 들지 않는다. 겁을 줘서 대중들을 호도하려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저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내가 옳으니) 대중들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진보적 엘리트의 시대착오적 성향이 깔려있다고 본다. 왜 시대착오적이냐? 이젠 엘리트보다 대중이 똑똑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같은 비전공자들이 올리는 블로그글 등의 정보들이 모아져 1인 엘리트의 지식과 판단력을 뛰어넘는 지혜가 만들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의료블로그를 운영함에도 의료민영화라는 핫한 이슈에 대해서 언급하지 못했던 이유는 저 문구들을 비판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해서였다. 이제 쓸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특정 공공사업 부문에서 민영화는 할 수 있을 것이다. 100% 안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민영화 하다가는 대통령이 자기가 결정할 중대한 사안들도 민영화된 회사에서 결정할 지도 모른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사람의 두뇌 통제권 까지 타인에게 맡겨버리는 격이니... 뭔가 본능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은 온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왜 이게 잘못된 행위인지?
왜냐하면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정부에게 국가를 통치할 권한을 위임한 거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는 헌법 하에서 합법적으로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 전자에서 국민은 다른 기관이 아닌 오로지 '정부'에게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실행해달라고 권한을 주었는데- 민영화는 정부가 국민의 동의 없이 자신의 권한을 민간에 준 격이니 이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이며 위법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집주인인데 1층에 세를 주었는데 세입자가 내 허락없이 다른 사람에게 1층 집 반을 잘라 타인에게 세를 준 거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내가 운전기사를 고용했는데, 그 운전기사가 봉급의 일부로 타인을 고용하여 차를 운전하게 한 거다. 난 내가 선택한 운전기사를 믿고 가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거다. 국민이 특정 대통령을 투표로 뽑았는데 일부분이라도 대통령이 꾸린 행정부가 민간에 자기 권한을 주었다면, 국민이 선택한 사람에게 통치받을 권리가 깨진거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정부관련 일들을 한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말이 안된다. 행정부가 모든일을 혼자 한다면, 도로를 까는 건설업자도 공무원이 되어야 하고 거리를 치우는 청소업자도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 행정부 인터넷사이트를 만드는 회사도 공공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덩치가 커지면 효율성이 줄어들어 세금의 낭비가 커진다. 독점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의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냐에 상관없이 월급이 일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무원의 폐해 덕에 효율성이 깎인다. 위에서 예를 든 도로를 깔거나 청소를 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일이 매일 발생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해지니- 계속 관련일을 하는 공무원을 종신직으로 고용할 게 아니라, 외부에서 용역을 쓰는 것이 효율적인 판단이다.
그렇다. 필자는 민영화의 적법성과 정부의 효율성이 대립되고 있는 가치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선을 그어야 한다. 어디까지 민영화가 가능한가? 민영화의 범위 중 어디부터가 적법성이 걸리는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민영화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며, 어느 선에서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을 결정하는 것이 가정 합리적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