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이야기2014. 2. 17. 10:26

* 스크랩기사 입니다.





<이 기사는 FORTUNE KOREA 2013년 7월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파텍필립 Patek Philippe은 시계 브랜드의 ‘끝판왕’ 혹은 ‘왕 중 왕’으로 불린다. ‘당신은 파텍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을 뿐입니다’는 광고 카피에서 시계 브랜드 NO.1 파텍필립의 아우라를 엿볼 수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시계 브랜드에 종합 순위를 매긴다고 생각해보자. 특정 브랜드의 순위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각각의 브랜드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주한 기간만 수백 년이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취향에 따라, 추구하는 기술력에 따라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순위를 정하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일임에도 No.1에 대해서는 의외로수월하게 의견수렴이 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워치메이커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계 브랜드. 기술·역사·디자인 등 시계 브랜드를 평가할 수 있는 모든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브랜드. 바로 파텍필립이 그 주인공이다.

파텍필립의 역사는 18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폴란드를 떠나 스위스로 이민 온 두 망명객 안토니 파텍 Antoni Patek과 프랑소와 차펙 Fran˛cois Czapek이 제네바에 파텍차펙 Patek Czapek & Cie을 창립하면서 브랜드가 시작됐다. 안토니 파텍은 경영자로서 사업수완을 발휘했고, 프랑소와 차펙은 워치 메이커로서 시계 제작을 맡았다.

파텍필립이 시계 브랜드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844년 프랑스 태생의 천재 워치 메이커 장 아드리앙 필립 Jean-Adrien Philippe을 만나면서부터다.

장 아드리앙 필립은 1815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역시 우수한 시계 장인으로,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부친의 영향을 받은 장 아드리앙 필립은 21세에 이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 1년에 150여 개의 포켓 워치를 생산하는 소규모 매뉴팩처를 설립하게 된다.

시계 장인으로서 그의 천재성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그의 나이 27세였던 1842년, 열쇠 없는 시계를 개발하면서부터다. 그는 시계의 용두로 시간을 조정하는 스템 와인딩 시스템 Stem-winding system(Keyless winding mechanism이라고도 한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회중시계는 태엽을 감는 부속품인 열쇠가 필요했는데, 장 아드리앙 필립이 이러한 불편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는 시계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시계 제작에서도 장 아드리앙 필립은 탁월한 솜씨를 자랑했다. 1844년엔 파리 만국박람회에 직접 제작한 시계를 출품해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젊은 나이지만 시계 제조 기술력으로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였다.

만국박람회에서 장 아드리앙 필립의 시계를 본 안토니 파텍은 그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뛰어난 경영자였던 안토니 파텍은 장 아드리앙 필립의 가치를 한 번에 알아봤고, 그를 자신의 회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1844년, 공동 창업자였던 프랑소와 차펙이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파텍차펙 브랜드명도 파텍 Patek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1951년, 안토니 파텍의 삼고초려로 장 아드리앙 필립이 합류하면서 사명이 또 한 번 바뀌어 현재의 파텍필립 Patek Philippe이 됐다. 이후 파텍필립은 1932년 다이얼 공급자였던 찰스 스턴 Charles Stern과 장 스턴 Jean Stern 형제에게 최종 인수됐고, 현재까지 스턴 집안의 가족 기업으로 4대째 내려오고 있다.

파텍필립은 기계식 시계의 최정점에 서 있지만, 쿼츠 시계의 개발에도 상당한 열정을 쏟고 있다. 파텍필립은 1948년 이미 전자기술 담당 부서를 설립했으며, 1950년대부터는 쿼츠 기술을 연구·개발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1956년엔 최초의 쿼츠 탁상시계를 선보였고, 같은 시기 전자시계 등을 상업화하기도 했다.

파텍필립이 가지고 있는 No.1으로서의 자존심은 2009년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텍 필립 인증(Patek Phillipe Seal)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2009년 이전까지는 제네바 인증(Geneve Seal)을 사용했다. 제네바 인증만 해도 이를 통과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스위스 연방 정부에 의해 임명된 7명의 위원이 철저한 검증을 하기로 유명하다. 무브먼트 한 종류당 100개, 모델에 따라선 800개 이상의 부품을 자체 기준에 따라 검수한다.

하지만 파텍필립이 보기엔 이 기준마저도 너무 낮았다. 파텍필립은 좀 더 고고한 기술력을 뽐내고 싶었기에 제네바 인증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사 인증 시스템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파텍필립이 시계 브랜드의 No.1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극도의 프라이드가 장인정신에 투영된 결과다.

파텍필립은 명실상부 시계 브랜드의 왕 중 왕으로 손꼽힌다. 오늘날 파텍필립의 시계는 전 세계 60여 개 국가 45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연간 시계 생산량은 약 4만5,000개이며, 이 중 기계식 시계가 3만5,000여 개, 쿼츠 시계가 1만여 개를 차지하고 있다. 기본 칼리버 수는 23가지이며 이를 활용한 무브먼트는 50여 개나 된다. 1만 개 이상의 부품을 사용하며, 연간 1,500만 개 이상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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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sPark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