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2013. 9. 21. 21:55

 

the suicide, edouard manet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9월 초 대전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박 모씨의 주검이 아파트 현관에서 발견되었다.  과중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던 것이다.  펴보지도 못한 채 스러진 젊은 레지던트의 죽음, 슬프고 안타까웠다. 


 한국 레지던트의 평균 근로시간은 약 92시간이다.  이는 평균에 불과한 수치로  레지던트 1,2 년차 및 인턴에게 업무가 더 몰리는 경향을 보면 하루에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도 모자란 살인적인 수치이다.  '4-5년 버티고 개원하면서 빛 보지 않느냐?'라고 묻기에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근로환경이다.(빛 보려다 '빚'보는 현상도 아울러 조금씩 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전공의의 삶은 18세기 산업혁명 초기의 노동자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척박하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선진국에서는 이미 법으로 전공의 근로시간을 제한했다. 미국 80시간, 유럽 48시간이다. 한국은? 아직없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공의 근로시간 제한 등 전공의 수련환경에 관련된 법안을 내년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닥칠 후폭풍도 만만찮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할 경우 약 4800여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전체 의사 중 다수를 차지하는 개원의사들은 1년에 배출되는 의사수를 늘리는데 반대할 것임이 분명하다.  개원가 포화상태라는 인식이 확산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방책은 PA 등 전공의가 아니면서 전공의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업군을 만들어 이들을 뽑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부분적인 해결책일 뿐, 의료의 질 저하 가능성 문제나 병원의 인건비 증가 문제를 충분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


 필자가 생각할 때,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판단이다.  전공의의 근무환경 개선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한국의료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4-5시간 수면만 하고 다음날 일하는 사람은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기준치 이상의 혈중 알콜농도를 가지고 운전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사람을 다루는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컨디션이 이러하다면, 누가 마음놓고 병원을 신뢰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가치판단을 하려면, 무엇보다 병원 의료서비스의 질적 지표를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이다.  영아사망률 등의 객관적 지표도 좋지만 환자의 '만족도 평가' 같은 지표들이 더 중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진단이 치료에 선행하는 것처럼, 의료서비스의 질적지표가 한국의료의 병을 진단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박테리아가 감염의 원인임을 알지 못했던 시절에는 환자의 몸에서 피를 빼는 희한한 치료가 대세였다. 감염병의 근대적 치료는 미생물의 발견 후에야 가능했던 것처럼, 한국의료의 고질병을 치료하려면 의료의 질적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개선이 전제되어야 당연할 것이다.(또한 의료의 질적 개선은 전공의 등 의료서비스 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으로 이룰 수 있다는 인식개선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예측하기로는,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으로 증가하는 의료비용은 돌아돌아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지워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금인상이 인기 없는 정책이라는 건 알지만, 굴비 쳐다보며 흰쌀밥만 먹고 산 자린고비 이야기를 생각해보라! 돈은 아낀다고 능사가 아니라, 써야할 곳에 쓰는게 현명하다.  또 이를 통해 서비스 고용이 증진된다면, 이는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가 아닐까? 국민에게 환영 받는 정책이 결국은 포퓰리즘의 낙인이 찍힌채 실패하기도 하고,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이었지만 결국 국민들이 알아주는 정책도 역사속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의료의 질향상을 통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올리자.

Posted by JsPark21
의료2013. 8. 30. 09:52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으로 공약 실행에 나섰습니다. 의료정책에서도 4대 중증질환 관련 초음파를 10월부터 급여화한다고 합니다. 자, 검증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4대 질환 공약을 성실히 시행하느냐, 또 이 공약 말고도 다른 의료공약도 시행하느냐 입니다.  제가 볼 땐 사실 두번째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2013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75% -> 85%로 늘리고- 2016년까지 100%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비급여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지요.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은 실행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약들도 많습니다.  국민들이 쓰는 의료비의 80%까지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것(현재는 65%가 조금 넘습니다)과 민간의료보험 시장 축소입니다.  둘다 쉽지 않아보입니다. 지켜봅시다~!

 

 

 

Posted by JsPark21
의료2013. 8. 8. 10:22




오늘 몸이 마르신 평범해 보이시는 70대 중반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땀만 나면 눈이 아파요" 


겉으로는 침착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네? 땀이 많이 날 때마다 아프다구요? 이게 대체 뭐죠?"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굴렸습니다ㅠㅠ 


문진을 해보니 눈 한쪽이 아니라, 양쪽이 아프다는 것에 큰 힌트를 얻었죠...  한쪽 눈 만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을 일단 배제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땀이 날 때 마다 아프다는 건 처음 접해보는 증상...ㅠㅠ 부족한 저로서는 추론을 하는 수밖에요.  


전 안과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기구를 이용해서 각결막을 자세히 관찰할 수는 없습니다ㅠ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안과가 버스로 1시간 반 거리고 환자의 연세를 고려하면 제가 어떻게든 최대한 도와줘야 되는 상황...눈을 보니 충혈되있거나 분비물이 나오는 상황은 아닙니다.  


'땀이 날 때 마다 아프다는 것은 첫째, 땀이 눈에 들어가서 아프다.  둘째, 땀이 나는 상황은 몸이 탈수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탈수가 있다면 눈물도 적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병률 상 건성 각결막염일 가능성이 높다!'(완전 소설이네요ㅠㅠ)


평소에 눈 관련해서 백내장 등 병을 가지고 있는 지를 문진하고, 특별한 병이 없었다는 데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건성 각결막염이라 잠정진단을 내립니다...보통 날씨가 건조한 겨울이나 봄에 심해질 텐데, 이 환자분의 경우는 땀이 날때마다 특히 심해지는 케이스 였습니다. 하지만 진단을 확신을 할 수가 없네요..ㅜ 경과를 지켜봐야 겠습니다.


'건성각결막염'이란- 눈물이 어떠한 이유로든 부족해서 눈이 뻑뻑해져 생기는 질환입니다.  '안구 건조증'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눈물은 사물을 좀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게 부족해져서 여러 증상이 생깁니다.  눈물이 없으면 각막 및 결막이 보호가 안되여 상처가 생길 수 있겠죠.  이로 인해 눈이 아프고 가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눈물이 눈을 잘 닦아내지 못해서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눈시림

이물감

눈충혈

눈부심


등의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환자에게 인공눈물약을 처방합니다.  하지만 공부를 해 보니 환자교육도 해 줄 걸 하고 후회가 되는군요ㅠ


건성각결막염의 일차적 원인은 눈물의 마름이지만, 그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들을 조절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나 독서를 지나치게 오래하면 눈이 피로해지는 것은 아시죠?  또 눈물도 부족해진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휴식을 취해주는게 좋습니다. 또한 선풍기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선풍기와 에어컨 사용을 줄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둘 다 눈을 마르게 하거든요.


추후 환자가 증상 호전을 보이지 않으면, 히알루론산으로 약을 바꾸어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병이 아닐까 의심을 해보아야 겠지요...ㅠㅠ 땀 날 때마다 양쪽 눈이 아프다는 것.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  아마 다음에 오시면 안과 선생님께 보내는 게 답이 아닐까 합니다.

Posted by JsPark21
의료2013. 7. 26. 15:40

오늘은 고혈압에 좋은 음식들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의학계에서 널리 인정받아온 고혈압환자들을 위한 식이요법 중 DASH 식이요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DASH 식이요법은 고혈압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으로, 포인트는 '과일을 많이 먹는 것' 입니다.  특히나 칼륨(포타슘)이 많이 들어간 과일을 먹어야 혈압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고혈압 전문가들은 하루에 8-10차례 먹기를 권하고 있죠^^...너무 벅차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하지만 실망하긴 이릅니다...어떤 음식이 좋다는 것만 잘 알고 있어도, 굳이 DASH 요법까지 가지 않아도 혈압환자들 스스로 관리해서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좋은지~ 이번기회에 꼭 체크하세요!

 

* 칼륨이 많은 과일들* 

 

오렌지

 



포도



토마토 



바나나


 


그 외 널리 인정받아온 고혈압에 좋은 음식들


채소, 저지방 낙농식품, 통밀, 가금류, 생선, 견과류, 저지방식이, 붉은 고기, 설탕류



DASH 식이요법은 1990년 후반에 등장하여 효과가 있다고 널리 인정받아온 식이요법입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과일 뿐만 아니라 채소, 저지방 낙농식품, 통밀, 가금류, 생선, 견과류, 저지방식이, 붉은 고기, 설탕류를 주로 먹는 요법인데요.  연구결과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을 11mmHg, 이완기 혈압을 6mmHg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건 정말 굉장한 수치입니다.  거의 혈압약 한 종류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니까요.  이 식이요법과 함께 담배와 술끊기, 운동을 함께 한다면~! 왠만한 환자들은 약 먹을 일이 없을 거라는 사실!!



* DASH 식이요법의 실제* 

 (설마 이것들을 다 따라하시는 분들은 없겠죠~ 키포인트만 가지고 갑시다)


제일 왼쪽에 두껍게 쓰여진 음식들 이라도 알고 갑시다!  단것이 꼭 나쁘진 않다라는 사실은 저에게도 생소합니다+_+


식이요법은 확실히 혈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혈압 환자 뿐 아니라 고혈압 전단계(수축기 혈압 120 ~ 139/ 이완기 혈압 80 ~ 89 mmHg)상태의 사람에게도 특히 더 도움이 된다고 하는 군요^^ 가히 전국민적인 병인 고혈압을 식이요법으로 잡아봅시다~ 그렇다고 혼자서 하시는 것은 비추천입니다.  전문가와 상담하시면서 조절해 갑시다~!!

.................................


보충

오메가3, fish oil  9g/d 5주 이상 먹을 때 5mg 정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음.

마늘 - 최근 핫함. 연구가 더 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로 10mmHg 이상 떨어뜨리는 강력한 효과를 가짐.

 




Posted by JsPark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