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잠도 못 자겠어요."
40세 이모씨. 폐암 환자로 척추와 골반뼈에 전이된 이후, 항암치료는 포기하고 증상 조절만 하고 지내는 환자이다. 허리와 골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자지 못할 정도 이며, 참을 만하다가 갑자기 통증이 심하게 하루에 10차례 이상 심하게 몰려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암 통증. 다른 기저질환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암이 일으키는 통증을 말한다. 말기 암 환자에서는 암을 치료하는 개념이 아니라, 암으로 인한 증상을 조절하는 개념으로 환자에게 접근해야 한다. 말기 암 환자들의 통증 조절은 크게 비마약성 진통제를 써보다가, 용량을 올려도 조절되지 않는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게 된다. '통증이 조절될 때까지'용량을 올리게 되는 것이 포인트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암으로 인한 통증은 평상시에는 조절이 잘 되다가 가끔씩, 혹은 어떤환자의 경우에는 하루에 몇 차례씩 통증이 적게는 몇 분에서 많게는 60분정도 까지 통증이 강하게 지속되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를 '돌발성 암 통증' 이라고 한다.
이모씨의 경우 이미 울트라셋이라는 비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합쳐놓은 약을 먹고있으나 조절이 되지 않고 있었다. 통증양상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렇다.
세로는 통증 강도, 가로는 하루 24시간을 나타낸다. 기본적으로 깔리는 baseline 통증도 중등도 이상으로 강하고, 하루에도 4차례 이상 돌발성 암 통증이 오고 있는, 재앙스러운 통증으로 환자의 일상생활이 파괴되고 있었다. 환자의 파란색을 줄이면 줄일 수록 환자의 남은 생이 행복해진다.
baseline 통증을 중등도 이하로 내리고, 돌발성 암 통증을 하루 4회 이하로 줄이면서- 돌발성 암 통증의 강도도 줄여야 한다. 세가지 목표를 가지고 치료에 돌입했다.
baseline 통증을 먹는 마약성 진통제와 붙이는 마약성 진통제 두가지를 사용해 줄이고 이를 통해 돌발성 암통증 횟수가 줄기를 기대했다.
또 돌발성 암 통증을 잡기 위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설하정 진통제(혀 아래 넣고 빨아먹는 진통제)를 사용했다. 빨아먹기 시작한지 10분정도면 효과가 나타난다.
3일 후, 환자 분의 통증 양상이 위 그림처럼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깔리는 통증은 이제 참을 만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돌발성 암 통증이 하루 4회 수준이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설하정은 하루 4회까지만 보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돌발성 암 통증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 이는 설하정을 더 센 걸로 올리면 될 것이다.
그는 8살 갓 초등학교 입학한 딸과 부인이 있었다. 남은 여생이 머지 않은 환자의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올려드릴 수 있다면, 행복하게 지내다 가실 수 있다면. 좋겠다.
*용어*
배경통: 암 통증이 하루 12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돌발성 암 통증: 배경통이 잘 조절되는 환자에서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통증이 있는 경우